보이스피싱은 더 이상 생소한 범죄가 아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그 범행 수법은 한층 고도화됐으며 피해 연령층도 고령층에서 전 세대를 아우를 정도로 광범위해졌다. 특히 대환대출 사기, 로맨스 스캠, 가상화폐 투자유도형 범죄까지 다양한 형태로 발생하고 있다. 그로 인한 사회적 피해는 좀처럼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에 대법원은 올해 조직적 사기 범죄에 대해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양형기준을 대폭 상향했다.
대전에서 30년간 형사사건을 다뤄 온 필자의 실무 경험을 비춰볼 때 보이스피싱 범죄는 본범에 대한 처벌이 아닌, 말단 수거책에 대한 처벌로 귀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 범행을 기획하거나 자금을 은닉한 조직원은 해외에 거점을 둔 채 점조직 형태로 움직이기 때문에 수사망을 피해간다. 반면 현장에서 피해자의 금전을 전달받거나 인출 한 수거책들은 쉽게 검거돼 형사처벌을 받는다.
대전 보이스피싱 수거책 처벌 사건에서 피할 수 없는 쟁점은 피의자의 ‘고의’ 즉, ‘보이스피싱 범행인 것을 알고서도 이에 가담하였는가’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반복적으로 판시해 왔다. ‘범행의 구체적 수법이나 전모를 몰랐더라도 공동정범으로서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고 현금 수거라는 실행행위에 가담하였다면 공범으로 처벌가능하다’라는 것이다. 대법원은 얼마 전 단순히 불법이라는 사실을 인식한 사정만으로 보이스피싱 전체 범행에 가담하겠다는 고의나 인식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며 무죄를 선고한 하급심 판결을, 법리를 오해했다는 이유로 파기 환송했다. 그간 견지해 오던 입장을 다시금 확고히 한 것이다. 대법원은 대면 면접 없이 진행된 채용 과정, 일반적인 아르바이트에 비해 고액의 수당을 지급 받은 점, 자신을 채용한 업체의 정체를 확인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미필적 고의를 인정했다. 이와 같은 실무 현실 속에서 수거책 혐의로 입건된 피의자가 실형을 피하기 위해서는 단순 몰랐다는 혐의 부인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통상적인 사회 경험을 가진 사람이라면 충분히 의심할 수 있었던 정황을 ‘인지하지 못했다’라는 주장에는 그만한 근거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또 보이스피싱 범죄의 구조적 특성상 수거책이 피해자의 실질적인 회복 수단이 되는 경우가 많다. 해외로 도주한 본범은 자금세탁을 거쳐 범행자금을 은닉하고 피해자는 결국 수거책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수거책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더라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실형 선고 가능성은 대폭 높아진다. 본범이 아닌 말단 수거책이 모든 민·형사적 책임을 감당해야 하는 구조가 반복되는 것이다.
수거책에 대한 엄격한 처벌을 통해 경각심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한가. 아니면 수거책을 또 다른 피해자로 보아야 하는가. 법원과 검찰은 보이스피싱 피해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해 고의 인정 기준을 낮게 설정하고 있고 그 결과 보이스피싱 수거책 역할을 한 사람들에게 미필적 고의를 인정, 실형이 선고되는 구조가 정착됐다. 결국 보이스피싱 수거책 사건에서 중요한 건 초동 대응이다. 경찰에게 현장에서 체포됐거나 조사받으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면 그 즉시 대전보이스피싱전문변호사를 찾아가 사건의 전말을 이야기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무죄를 다툴 수 있는 사안인지, 죄를 인정하고 양형을 다퉈야 하는 사안인지 등을 진단받아야 한다. 형사절차에서 피의자가 취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조처는 자신의 현재 상황과 유사한 사건을 많이 다뤄본 전문가의 조력을 받는 것이다. 대전보이스피싱전문변호사로서 그간 수많은 수거책 사건을 다루면서 체득한 결론은 명확하다. ‘나도 보이스피싱 일당에게 속았다’라는 말로는 형사 처벌에서 벗어날 수 없다. 수거책이라는 역할 아래 감춰진 개인의 억울함을 법정에서 소명하기 위해서는 구조를 이해하고 법리를 통찰하는 전문적인 조력이 절실하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