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평등의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대한민국도 여성 인권의 향상과 성인지 감수성 등 근 10년간 성역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각이 변화하고 있다. 여성도 남성과 마찬가지로 병역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남성다움’과 ‘여성다움’ 등 기존의 성역할에 따른 관념을 거부하고 새로운 성 관념을 수립하기 위한 여러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발맞춰, 형사법의 영역에서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그간 부족했던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에 대헤 재정비가 이뤄졌으며 특히 성범죄 처벌 강화, 친고죄 폐지, 온라인을 통한 성범죄 처벌 조항의 신설, 신상정보공개등록, 전자발찌부착, 취업제한, 등 성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성범죄자의 사회로부터의 철저한 격리를 위한 여러 장치가 생겼다.
이처럼 성범죄자를 사회로부터 격리시키고 처벌 수위를 높인 조치는 응당 옳으며 이러한 조치에 이견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성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에 비례해 무고한 사람을 성범죄자로 허위 신고하는 무고죄에 대한 처벌은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성범죄 혐의를 받는다는 사실 자체는 심각한 사회적 불이익이 뒤따른다. 회사에서는 권고사직을 하기도 하며 유무죄가 밝혀지기 전에도 내부 규정에 따라 징계가 이뤄지기도 한다. 더구나 모든 형사 범죄는 검사에게 입증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범죄는 피해자의 구체적이고 일관된 진술로도 유죄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가 보니 오히려 무고한 피고소인이 본인의 무고함을 입증하기 위해 물적 증거 수집에 적극 나서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통상 성범죄 무고의 경우 약식기소의 단순 벌금형으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정식기소로 재판에 회부 되더라도 집행유예가 나오는 경우가 많고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는 찾아보기가 드물다.
이처럼 허위 신고로 인한 성범죄 혐의를 입게 되는 사람의 피해가 막심하니 이에 대응해 허위 신고로 인한 무고죄의 처벌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무고죄의 처벌 강화는 실제 피해자의 신고 의지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로 법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는 실정이다. 법 개정은 차치하고서라도 실무에서 무고죄에 대해 실무에서 바라보는 시각 또한 개선될 필요가 있다. 얼마 전 이례적으로 소속사 대표를 성범죄로 허위 신고해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이 선고된 판결이 있었는데 이러한 사회적 반향을 고려한 판결로 보인다.
무고죄의 법 개정은 보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할지라도 대법원 양형기준을 경미한 범죄로 무고한 경우와 흉악범죄로 무고한 경우로 기준을 세분화해 흉악범죄로 무고한 경우의 처벌을 강화하는 양형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출처 : 금강일보(https://www.ggilbo.com)